'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작품이다. 1995년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사고로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 화가 차진우는 배우 정우성, 승무원을 포기하고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정모은은 배우 신현빈이 맡았다.
배우 정우성은 ENA 새 월화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의 원작 판권을 13년 전에 구매했다. 장애를 가진 남자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순간 심장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적 인식과 드라마 제작 환경 등으로 인해 13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2023년 12월이 돼서야 세상에 등장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은 변하지 않았다. 단순히 '올드한' 작품이 아니라 '클래식한' 감성을 깊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2화에는 제주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두 사람이 운명처럼 재회하고 점차 다가가는 모습이 담백하게 표현됐다. 다만, 진우와 모은의 험난한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청각 장애로 인해 불길이 치솟아도 알아채지 못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진우의 모습이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을 마주하는 모은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게 한다.
각자의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자칫 무겁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편견없이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우는 단역배우, 보조출연 등의 칭호에 익숙해져 있던 모은을 유일하게 '배우'라고 불러준 인물이다. 모은 역시 진우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는다. 수어를 직접 배워 진우에게 먼저 다가가는 유일한 인물이 모은이다. 항상 먼저 다가가야 하고 '죄송합니다'를 반복해야 했던 진우에게 이 같은 낯선 경험은 새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진우와 모은의 만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그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승화된다. 서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과정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있어도 올드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우성이 맡은 차진우는 말 대신 수어로 감정을 표현한다. 대사가 없지만 '멜로 장인'의 감성은 여전하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등을 통해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정우성은 11년 만의 멜로 복귀지만, 짙은 감성으로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캐릭터의 특성상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지는 않지만, 눈빛과 수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종종 나오는 담백한 내레이션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현빈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특성상 진우와 모은은 대사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지 못한다. 오로지 상황과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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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빈은 정우성의 눈빛을 통해 감정을 읽고 스스로도 다채로운 눈빛을 발산하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조금씩 조금씩 진우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1.5%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2화 1.8%를 기록했다. 정우성과 신현빈이라는 이름값을 고려하면 낮은 수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고 감정의 구도가 명확한 작품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은 추후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작품이 주는 따뜻한 감성이 연말 분위기와 어우러진다는 점 역시 상승세를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귀를 때리는 명대사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슴을 직접적으로 때리는 다양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은 그동안 걸어왔던 인생처럼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해와 잘못된 선택이 원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클래식한 멜로의 가장 큰 장점인 치유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공개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2회에서는 차진우(정우성 분)의 세상에 성큼 들어선 정모은(신현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진우의 손끝에 전해진 정모은의 노랫소리,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라는 신현빈의 직진 엔딩은 설렘 그 이상의 울림을 안겼다.
혼자가 익숙한 차진우의 세상을 허물기 시작한 정모은. 낯선 떨림에 혼란스러운 차진우의 눈빛은 설레는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정모은은 여전히 인생의 난기류를 겪고 있었다. 스튜어디스를 그만두고 ‘배우’라는 꿈을 향해 목적지를 변경했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매 순간 흔들리고 불안했다.
정모은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치고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차진우를 떠올렸다. 만남은 짧았지만, 정모은에게는 큰 힐링이었던 것. 그리고 두 사람은 기적처럼 재회했다. 혼자가 익숙한 차진우에도 낯선 변화가 찾아왔다. 공연 티켓을 선물 받은 차진우는 바로 정모은을 떠올렸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며 따라 부르던 그가 생각이 난 것. 차진우는 망설임 없이 티켓 두 장을 건넸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소리의 기억, 진동, 울림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차진우의 말에 정모은은 공연을 함께 보러 가자고 말했다. 예상 못 한 제안에 차진우는 “나랑 가면 재미없을 거예요”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티켓 한 장을 내밀며 웃는 정모은에 더는 마다할 수 없었다. 공연 당일 차진우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 소리를 따라 차진우의 집으로 들어온 동네 꼬마 민준(김라온 분)이 잠이 든 사이 소동이 일어났고,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차진우가 납치 용의자로 체포된 것. 차진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수군거리는 이웃들을 보며 “종종 이유도 모른 채 적의에 찬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그래야 그들의 눈도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줄 테니까”라는 속마음은 그가 살아온 험난한 인생을 짐작하게 했다.
차진우는 경찰서에서도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다. 필담으로 소통할 수 있지만, 원활한 조사를 위해 수어 통역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답답했고, 이미 훌쩍 넘어버린 약속 시간에 초조해졌다.
정모은은 연락도 없는 차진우를 한참이나 기다리다 돌아섰다. 그리고 차진우가 뒤늦게 약속 장소로 달려왔지만, 정모은은 떠난 뒤였다. 문득 밀려오는 미안함과 속상함에 고개를 떨군 차진우 앞에 정모은이 나타났다. “왜 이렇게 늦었냐”라는 정모은의 말에 차진우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차진우.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들리지 않는 세상의 소리처럼, 자신의 언어가 정모은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처음부터 괜한 약속을 한 것 같아요. 오늘 우리가 공연을 봤다 해도… 당신이 느낀 것들을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긴 어려웠을 테니까”라면서 수어로 진심을 쏟아냈다.
정모은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정모은의 답에 차진우는 울컥했다. 정모은은 모든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차진우의 눈빛에서 그 마음을 읽었다. “공연 못 봐서 미안하다는 거죠?”라는 정모은. 그는 차진우의 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울림에 차진우는 또 한 번 감정이 요동쳤다. 이어진 “나는 눈으로 소리를 읽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과 단절되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몇 초에 한 번씩 세상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손끝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가지는, 아무 걱정 없이, 눈을 감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이라는 차진우의 내레이션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에 “어쩌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라는 정모은의 말에 흔들리는 차진우의 눈빛은 달라질 그의 세상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차진우의 악몽도 공개됐다.
불길 속에서 울부짖는 누군가, 그리고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차진우의 슬픈 얼굴은 그의 숨겨진 과거를 궁금하게 했다.